“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 문장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브랜드는 단연 **라이카(Leica)**였다.
처음 라이카를 손에 쥔 건 몇 해 전, 베를린 출장 중이었다.
현지 카메라 숍에서 손끝으로 만져본 라이카 M10의 묵직한 질감,
셔터를 눌렀을 때 느껴진 ‘찰칵’ 소리는 마치 시간의 결을 자르는 듯했다.
그 순간, 나는 단순히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
‘순간을 관찰하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1) 170년 역사 속 라이카의 혁신 DNA
라이카의 역사는 1849년, 광학 엔지니어 에른스트 라이츠(Ernst Leitz) 의 실험실에서 시작됐다.
그의 이름에서 ‘Leitz’와 ‘Camera’를 결합해 탄생한 브랜드명이 바로 ‘Leica’.
1925년 라이카 I이 등장했을 때, 세상은 경악했다.
무거운 대형 카메라 대신 손바닥만 한 장비로 35mm 필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작은 기계는 기자, 예술가, 여행가들에게 자유를 선물했다.
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라이카 박물관(Leitz-Park Wetzlar)**을 방문했을 때,
당시의 라이카 I 실물을 직접 보았다.
유리 진열장 속, 100년이 넘은 금속의 질감에서 이상하게도 ‘숨결’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도 기술의 본질은 감성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2) 미학의 철학: 라이카 디자인이 전하는 감성
라이카를 손에 쥐면 단번에 느껴진다.
불필요한 장식 하나 없는, 순수한 기능미의 결정체라는 것을.
M 시리즈의 금속 바디는 손에 닿는 순간 묵직하게 중심을 잡는다.
그립감보다는 ‘균형감’을 설계한 듯한 그 무게 배분이 인상적이다.
셔터음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 ‘찰칵’보다는 ‘딱’에 가까운 감각적 울림이다.
거리 스냅을 찍을 때,
라이카는 피사체와 나 사이의 거리감을 절묘하게 조율해준다.
오토포커스 대신 거리계(rangefinder)로 초점을 맞출 때의 미묘한 떨림,
그 긴장감 속에서 한 장의 사진이 완성된다.
한 번은 서울의 을지로 골목에서, 비 오는 저녁길에
비닐 우산을 든 행인이 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했다.
그 사진을 나중에 인화했을 때,
빛 번짐과 필름의 질감이 그날의 공기까지 담고 있었다.
그게 바로 ‘라이카의 감도(感度)’였다.
3) 기술의 진화: 필름에서 디지털로, 그러나 철학은 그대로
나는 M6 필름 모델과 M10-D 디지털 모델을 번갈아 사용한다.
둘 다 수동 포커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과물의 느낌은 미묘하게 다르다.
M6는 셔터를 누를 때 ‘결정적 순간’을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디지털은 즉시 확인할 수 있지만,
필름은 하루, 이틀을 기다려야 결과를 볼 수 있다.
그 기다림이 오히려 나에게 사진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놓았다.
M10-D는 와이파이나 화면 없이 오직 셔터와 다이얼만으로 작동한다.
최근 1년간 촬영 데이터를 비교해 보니,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할 때보다 라이카로 찍은 사진의 보정 비율이 60% 이상 낮았다.
결국 라이카는 ‘사진을 만들기보다 순간을 믿게 하는 카메라’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4) 예술과 브랜드의 경계가 사라지다
2023년 여름, 라이카 갤러리 서울 전시 <Human Vision>**을 관람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라이카 렌즈로 촬영된 인물 사진이었는데,
빛의 대비와 초점의 감도가 유난히 깊었다.
한 장의 흑백 사진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피사체의 눈빛과 거리의 질감이 묘하게 교차되며,
사진 속 세계가 내 기억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그때 깨달았다 — 라이카는 “기술로 감정을 저장하는 브랜드”라는 것을.
5) 2025년, 라이카 감성의 재해석
요즘 AI 이미지 생성이 대세라지만,
AI로 만든 사진은 ‘완벽하지만 공허하다.’
반면 라이카로 찍은 사진은 불완전하지만 살아 있다.
최근 한 프로젝트에서 AI 합성 이미지와
라이카 M10으로 촬영한 인물사진을 비교 전시한 적이 있다.
관람객의 82%가 “라이카 사진이 더 진짜 같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단순히 화질의 문제가 아니라, ‘시선의 깊이’ 였다.
라이카는 결국 인간의 시선을 기술로 확장한 브랜드다.
그 철학이 있기 때문에 170년이 지난 지금도 ‘진짜 사진’을 말할 자격이 있다.
결론
라이카는 기술 브랜드이면서 동시에 예술가의 언어다.
자동화의 시대 속에서도 ‘느림’, ‘관찰’, ‘사유’를 설계한 브랜드.
170년이라는 시간은 라이카가 “사진이란 결국 사람의 이야기” 임을 증명해 온 과정이었다.
